병원소식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의 진료와 병원의 소식을 전해 드립니다.

서울대학교 동물병원, 수련 수의사의 좌충우돌 24시

  • 2014.06.30
  • 17025
관리자

내과 수련의 2년차 이예현/일반 외과 1년차 배소희/내과 수련의 1년차 허건호

사람의 병은 의사가, 동물의 병은 수의사가 고친다. 의사가 보통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전문의의 과정을 거치는 건 기지의 사실. 하지만 수의사도 수련의 생활을 한다, 바로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에서.

서울대학교 동물 병원의 수련 수의사 (일반 외과 1년차 배소희, 내과 수련의 2년차 이예현, 내과 수련의 1년차 허건호) - 수련 전공의란?
수의사라 하면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동물병원 같은 곳에서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을 보는 임상수의사를 이야기하다. 또 산업 동물들을 관리하는 수의사 그리고 기타 제약회사 공무원 등도 있다. 이 중에서 수련 전공의란 수의학과를 졸업하고, 수의사 면허증을 취득한 이후 병원에서 근무하는 1, 2년차 수의사들을 말한다. 현재 서울대 동물병원에는 약 50여명의 구성원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이 중 수련수의사는 1년차 12명, 2년차 11명이 있다.

외국에서 수의사는 내과, 외과처럼 전공의 제도가 있는 반면 국내에는 전문의 제도가 없어서 수의사 면허가 있으면 한 과가 아니라 모든 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전공의 과정에 대하여 국내에서 법제화가 되어있지 않지만 서울대 동물병원은 규모가 크고 과 별로 체계적으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세부적으로 과에 따라 선택해서 훈련을 받는 과정을 수련 전공의 과정이라고 한다.

수련 전공의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반려동물이랑 친하게 지냄에 따라 자연스럽게 매력을 느끼게 된 경우가 많다. 일반 외과 1년차 배소희 수련의는 “초등학교 때부터 동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많은 수련의들이 입학할 때부터 반려 동물을 치료하는 임상수의사를 생각하고 지원을 했다”고 전했다.

- 서울대 동물병원
이들이 수련을 받는 동물병원은 학교 교직원뿐 아니라 외부인들도 지역 동물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은 후에 이용할 수 있는 2차 진료 기관이다. 진료 비용은 초진료 22,000원, 재진료 11,000원. 응급 진료시 50%의 할증요금이 부과된다. 지역 소규모 동물병원에 비하면 약간 비싸고, 지역에 있는 대형 동물병원과 비슷하다. 본교 교직원(종전 공무원, 기성회직, 기관장 발령의 자체직원) 및 명예교수에게는 2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동물 병원에서는 내과, 피부과, 임상병리과, 야생동물 및 희귀동물과, 일반외과, 정형신경외과, 안과, 치과, 산과, 영상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등 다양한 진료과목을 운영하고 있다.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동물은 보통 개와 고양이이다. 그러나 요즘 다양한 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앵무새, 이구아나, 토끼, 고슴도치, 페럿, 뱀 등 야생동물(희귀동물)을 진료하기도 한다. 보통 동물병원에서 진료를 하는 반려동물의 수는 하루 40두 정도 되며 진료받는 동물 중 약 95%는 개. 다음으로 고양이며, 아주 가끔 희귀동물을 만나기도 한다.

보호자와 이야기 하고 있는 수련 수의사 (내과 수련의 2년차 이예현) - 수련의의 24시간
동물병원에서의 생활은 밤늦게까지 환자를 진료하고 돌보느라 매우 바쁘다. 내과 1년차 허건호 수련의의 기본 출근시간은 오전 8시. 그러나 병원에 있는 동물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출근 시간보다 일찍 동물병원에 온다. 또 병원을 청소해주시는 분들이 있으나 세균 감염 관리를 위해서 청소도 직접 한다. 회의 후 오전 9시에 진료가 시작되며 오후 6시까지 이어진다.

진료가 끝나도 상태가 심각한 동물이나 병상에 있는 환자도 있어 밤새 돌보는 경우도 있다. 그 때문에 퇴근 시간이 일정치 않다. 보통 일찍 끝나면 10시 정도가 되고 추가적으로 일을 더 해야 되면 새벽 혹은 아침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 게다가 일주일에 두세번은 야간 응급환자가 찾아와 잠을 설칠 때도 적지 않다.

내과 2년차 수련의 이예현 수련의가 전하는 2년차 전공 수련의의 생활은 시간적으로 볼 때 비슷하지만 세부적인 업무는 1년 차와는 조금 차이가 있다. 2년차 수련의도 8시에 출근, 예약 환자를 보고, 입원 동물을 돌보기 위해서 밤을 새기도 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직접 환자를 진료한다는 점. 1년차 수련의들은 2년차 수련의의 진료를 도와주는 역할에 머무는 반면 2년차부터는 직접 보호자와 면담도 진행하고, 진료도 한다. 이예현 수련의는 “1년차때는 밤을 새도 마음의 부담은 별로 없지만 지금은 환자가 내 책임이라는 생각에 집에 가서도 환자가 생각난다”고 이야기 하였다.

허건호 수련의는 진료를 하다 보면 가끔 누가 봐도 치료가 힘들겠구나 하는 환자가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치료를 포기하고 싶은 경우에도 며칠 동안 진료해 완치해 내보내면 보람을 느낀다고 하였다. 이예현 수련의도 “1년차를 거처 2년차 수련의가 되었을 때 내 손으로 첫 환자를 직접 치료했을 때 무언가를 했다는 뿌듯함을 많이 느꼈다고”며 “내가 이름을 걸고 뭔가 해줄 수 있다는 환자가 생겼다는 기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당시 옆에서 같이 진료를 하였던 배소희 수련의는 이 수련의의 첫 진료를 평생 못 잊을 거라며 건빵이(첫 진료 환자의 이름)를 거듭 언급했다.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수련 수의사들 (내과 수련의 2년차 이예현) - 동물과의 교감이 중요
배소희 수련의는 “우리는 환자(동물)을 치료하려고 하는 행동인데 환자는 자신을 괴롭힌다고 느끼고 그에 따라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체혈을 하고 약을 먹이는 것과 같은 진료를 동물은 날카로운 금속으로 찌르고 입에 억지로 무언가를 구겨 넣는다고 생각하는 거죠. 사람의 경우 아프고 밥을 먹고 싶지 않다고 해도 먹어야 낫는다고 이야기하면 되는데 동물은 말이 안 통해서 거부하곤 합니다.” 라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대화가 안 통하다 보니 동물들이 수련의들이 물거나 공격하는 행동들이 종종 있다며 최근 한 전공의는 진료도중 개에게 입술을 물려서 밥 먹는 것도 힘들다고 했다.

수련의들의 또 다른 애로사항은 당직 시스템. 당직을 서게 되면 잠을 못 자고 기다리거나 중간에 일어나야 한다. 특히 새벽 내내 환자가 오게 되면 일을 하다가 잠도 못 자고 진료를 봐야 한다고 하였다. 그런데 일반 병원의 경우 당직의 경우 다음날 오전에 쉴 수 있는데 동물병원은 인원이 충분하지 않아 당직을 선 사람이 쉬게 되면 업무에 지장이 많다. 더불어 평소 진료 시간에도 진료하느라 바빠 끼니를 거를 때가 많다고 하였다.

또한 수의 간호사라는 명칭은 없지만 사람 병원으로 치면 간호사 역할을 하는 수의 테크니션분들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일반 병원으로 생각하면 병원에 의사는 많고 간호사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1년차 수련의들이 테크니션 역할까지 더불어 하는 경우가 많아 고되다.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갖춘 수의사
이예현 수련의는 전공수련의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잠도 충분히 못 자고 힘든 것은 맞지만 대학병원에서 많은 환자를 보고 배우기 위해서 그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였다. 결국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훌륭한 임상수의사가 되기 위하여 병원에 왔기 때문에 앞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을 도움을 줄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쌓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래서 사회에 나갔을 때 다른 수의사들보다 한발 자국 앞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더불어 실력도 갖추었을 뿐 아니라 따뜻한 마음을 갖춘 수의사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허건호 수련의는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느끼게 되는 것이지만 동물들도 인간과 동일하게 감정을 가지고 있다며 반려동물을 책임지고 버리지 않고 길렀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하였다. 이어 배소희 수련의는 유기동물을 잠시 맡아주는 보호소 같은 곳이 많지만 공립은 15일 지나면 안락사를 시킨다고 하며, 이왕 동물을 기를 생각이라면 밖에서 비싸게 사지 말고 입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출처 "서울대 홍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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